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 고층화 문제 진단
도시미래포럼 강연서 ‘광주다움’ 비전 제시

▲ 광주시 총괄건축가인 함인선 교수는 “우후죽순 들어서는 아파트를 제도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전제하고도 ‘준공공건축’으로 규정해 공공성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아파트 공사가 끊임없는 광주 도심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언젠가부터 등장한 ‘광주다움’이란 단어, 이제는 어느 것보다 시민들 열망을 대변하면서도, 또한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단어가 됐다.

 광주다움이란 무엇일까? 광주라는 도시의 그림을 새로 그리기 위해 초빙된 함인선 초대 광주시 총괄건축가가 그 일단을 내비쳤다. ‘광주다운 도시’를 지역의 미래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광주는 고층빌딩이라는 병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 그는 “이제는 도시개발과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광주다운, 살기 좋은, 잘 사는 광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시민적 합의라고 했는데, 인구 150만 명의 도시 규모가 이에 적정하다고 가능성을 부여했다.

 이어 “우후죽순 들어서는 아파트를 제도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전제한 뒤 ‘준공공건축’으로 규정해 공공성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논리도 제공했다.

 지난 2일 광주도시미래포럼이 마련한 초청 강의장인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함인선 교수룰 만났다. 이날 강연 주제는 “성냥갑 아파트 경관 훼손 마을 공동체 파괴 ‘광주 고층빌딩 무엇이 문제인가’”.

 함인선 한양대 특임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서울대 학·석사 출신으로 명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POSCO A&C 수석 기술고문,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 사무소 대표 등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인사다.
 
▲“인구 150만 명 시민적 합의 적정 규모”

 그는 지난 4월 광주시 총괄건축가로 위촉돼 광주라는 도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총괄건축가라는 제도는 건축·도시공간 설계 과정에 민간전문가가 참여해 공간정책·전략 수립 및 주요사업 총괄조정 등 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됐다. 광주가 이 제도를 도입한 건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다.

 함 총괄건축가는 2년 동안 수시로 광주를 방문해 주요 공공건축 및 도시 공간환경 조성사업에 대한 자문과 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특강은 광주도시철도 2호선 논란에 확실한 목소리를 냈던 ‘사람중심 미래교통을 위한 시민모임’의 후속격인 ‘광주도시미래포럼’이 함 총괄건축가를 초청해 도시의 미래를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함인선 총괄건축가는 특강에서 광주는 잠재력이 큰 도시라고 주장했다. 인구 150만 안팎의 중형 규모의 도시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의 적정성’이다.

 “지금까지 광주는 건축설계만 했지, 도시를 생각하면서 전체를 설계하지 않았다. 인구도 적정하고, 시민들의 통일된 시민성과 민주적 역량, 덩치는 작지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추진력이 있기 때문에 광주는 가능하다. 오히려 제일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주의 지리적 특성보다 광주사람과 광주 삶에 내제된 ‘문화적 기질’이 광주다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도시란, 공공성과 매력적인 도시환경을 함께 갖추고, 시민들이 구경꾼이 아닌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도시라고 제시했다.

 특히 “전통이냐 복고냐 현대식이냐 등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광주다움을 찾으려 하면 안된다. 거기엔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만 있지 어떻게 광주다움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예를 들어 아파트마다 담이 없는 도시, 고층아파트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어디에도 없는 걸 광주가 해냈다고 하는 게 광주다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적 합의가 제도보다 쎄다”
 
 하지만 현재 광주는 아파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돼있다. 길이 끊기고 경계로 막혀버린 단절된 도시. 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는 도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말하자면, 회색빛 아파트가 광주의 상징이 돼버린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높아지는 아파트를 법과 제도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대신 법·제도 외 막을 방법은 존재한다고 했다.

 “아파트는 준공공건축으로, 공공성을 지키지 않으면 일반건축물과 달리 아무리 법에 맞에 맞더라도 사업승인을 못받을 수 있다. 수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민과의 접점이 되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게 과제다. 아파트도 시민에게 열려있다면 공공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시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어느 도시도 아파트 문제를 도저히 못푼다고 하는데, 광주가 가능하다”며 “무등산처럼 도시 안에 1000미터 넘는 산이 있는 도시가 어딨느냐. 콜로라도, 덴버 등에선 산 조망권을 가리지 말자고 시민들이 합의하면 그게 법이 된다. 오히려 헌법보다 위다. 도시합의가 이뤄지면 나머지 규율이 만들어지고 사업하는 사람도 거기 따라가게 되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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