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도시’ 시민·학생 지지·연대 잇따라

▲ 14일 전남대학교에 걸린 홍콩시위 지지 현수막.
 홍콩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날로 격해지는 가운데, 광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5·18’이 핵심키워드로 꼽힌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떠오른다”는 목소리는 광주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광주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택시운전사와 변호인, 1987을 보며 한국을 롤모델로 삼는다는 홍콩 시위대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반응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중국어였지만, 광주시민은 모두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6월14일, 유튜브를 통해 홍콩시민들의 시위 현장이 알려졌다. 그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었다. 중국어 버전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목은 ‘우산 행진곡’이었다.

 ‘범죄인 인도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100만 행진’ 현장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홍콩에서 큰 인기를 얻은 5·18민중항쟁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봤다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라는 홍콩시민의 말이 전해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가폭력 경험 광주 “외면할 수 없다”

 한국 시민들은 “삼촌이 흘린 피로 광주에 봄이왔다. 비로소 봄이었다. 홍콩에도 봄이 오기를”이라고 했다. “지금 홍콩의 모습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많이 봤던 5월의 광주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8월30일에는 5·18기념재단이 홍콩 시위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광주인권상 수상자들과 함께였다.

 광주 시민사회에서 나온 첫 입장발표였다. 이들은 “사태를 매우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홍콩 시민들이 갖는 우려와 두려움에 깊이 공감한다.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폭력적 방법으로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10월28일, 광주 18개 시민단체·정당들이 주광주중국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콩 경찰의 실탄 발사 등 더 격해진 시위 진압 소식이 전해진 뒤였다. 메시지는 더 명확해졌다.

 이들은 “홍콩 시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와 집회 시위의 자유가 심각하게 탄압받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홍콩 시민들의 저항에 강력한 연대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지난 10월25일 주광주중국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 시위에 대한 홍콩 정부의 폭력 진압 중단을 촉구했다.<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공>

 5·18기념재단은 11월14일 또 성명을 냈다. 이번엔 ‘연대’를 외쳤다. “우리의 연결로 홍콩에 민주주의를”이라는 제목의 성명에는 전국의 6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홍콩의 많은 시민들은 5·18민주화 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지난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한국 시민들이 홍콩 시민들의 손을 잡아 주길 희망하고 있다”며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국제사회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심과 지지를 표한 것처럼, 이제는 한국도 홍콩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열망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면에서 홍콩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지금껏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외침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근엔 광주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남대 사학과 윤동현 씨는 14일 유스퀘어 터미널 광장과 5·18민주광장에서 ‘홍콩시위 관심 촉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우산을 통해 ‘傘送中自由給港(산송중자유급홍: 중국에 우산을 홍콩에 자유를)’이라는 문구를 알리는 퍼포먼스였다.
 
▲대학생도 나섰다…“민주주의 지키자”
윤동현 씨가 지난 17일 저녁 5·18민주광장에서 ‘홍콩시위 관심 촉구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윤동현 씨 제공>

 윤 씨는 “지금까지 광주에서 홍콩시위에 대한 관심이 5·18단체나 인권단체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시민들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SNS 등을 통해 지지를 표명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5·18이라는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아픔을 간직한 광주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전남대학교에는 “홍콩은 광주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게재됐다. 홍콩시위 지지 내용을 담은 대자보도 붙었다.

 전남대 인문대 쪽문 담장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 있는 ‘레논 월’도 설치됐다. 시민들은 “홍콩의 자유를 응원합니다”, “Free Hong Kong” 등의 글귀를 붙였다.

 레논 월을 설치했던 ‘벽보를 지키는 시민들’은 “1980년 5월 18일 전남대 정문을 지켰던 대학생들이 정확히 누구였는지 보다 그들의 투쟁이 광주시민 그리고 모든 한국시민들의 투쟁이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듯 광주와 한국의 시민사회가 민주주의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홍콩시민들과 연대할 것을 호소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대 인문대 쪽문 담장에 마련된 레논 월에 시민들이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벽보를 지켰던 시민들 제공>

 홍콩시민 클로이 씨는 8월 본보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에 폭력을 행사하고, 언론은 폭동으로 보도하고. 상황은 좋지 않지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18이 홍콩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며 “홍콩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연대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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