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김종범씨 고흥 만학도 기사에 감동
3년 뒤 졸업식 맞춰 직접 만나 격려, 축하

▲ 전라남도 고흥 영주고 만학도의 특별한 졸업식. <전남도교육청 제공>
2020년 1월 7일, 강원도 춘천에 사는 1956년생 김종범 씨는 양손 가득 선물을 준비해 전남 고흥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다음날인 8일 열릴 예정인 특별한 고등학교, 전라남도 고흥 영주고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인연은 3년 전인 2016년 12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고흥 관련 기사를 읽으며 가슴 뭉클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평생 배움에 목말랐던 50~60대들, 즉 김 씨 또래의 이야기였다.

농사, 고기잡이, 장사 등 생업을 하면서 고흥평생교육관에서 틈틈이 배우고 익히는 기쁨을 맛본 만학도들이 그토록 소망하던 교복을 입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김 씨 역시 늦게 공부를 시작한 이력이 있어 고흥지역 만학도들의 도전에 힘이 돼주고 싶었다. 당시 김 씨는 배움을 위해 용기를 낸 고흥 영주고 늦깍이 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고흥 영주고 신입생 학우님들, 아니 형제 자매님들. 한 분도 낙오하지 마시고 서로 감싸 안으며 동행 하세요.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잖아요. 3년 후 졸업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 한번 주세요. 시간 내서 축하의 자리에 달려갈까 합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2020년, 편지 내용을 잊지 않은 김씨는 3년 간 힘든 배움의 길을 걸었을 형제들을 직접 보고, 축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고흥으로 향했다.

열정 가득한 만학도들과 직접 상봉, 조금은 늦게 핀 배움의 꽃에 대해 서로 경청했다. 배운 후 일상에 찾아온 감격적인 순간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과거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환경 때문에 가슴속에 한이 맺히도록 힘들었던 이야기에는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배움을 얻었던 이곳은 그 어떤 학교보다 활기와 웃음이 가득했다.

앞으로 또다른 꿈을 키워나가자고 굳게 약속하고 이별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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