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강나무꽃.
쑥 향기 물씬, 완연한 봄이다.
봄의 전령사인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을 피워 햇살의 따사로움을 먼저 누리고 있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큰키나무가 세 종류가 있는데 산수유, 히어리, 생강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예민한 `온도 감지센스’를 꽃눈에 갖추고 있다가 다른 나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날 꿈도 안 꾸는 이른 봄에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니 봄의 전령사라고 불릴 만도 하다.
생강나무라는 이름은 잎이나 꽃을 비비면 생강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졌다.
생강이 귀하던 옛 시절에는 이 잎을 가루로 만들어 생강 대신 매운탕이나 김치를 담글 때 이용하기도 했다.
식물이 향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정유(精油)라고 하여 화합물을 가지고 있는 성분 때문이다.
생강나무의 경우 잎에 정유가 가장 많고 다음이 어린 줄기이며 꽃에는 정유가 거의 없다.
그래서 생강나무 꽃향기는 은은한 편이다.
생강나무는 꽃이 지고 나서 피어나는 잎도 재미있다. 꼭 오리발처럼 생긴 잎 모양은 그 향기만큼 독특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향긋한 생강냄새 때문에 연한 잎은 상추처럼 고기를 싸서 먹기도 하고 차대용으로도 사찰에서는 쓰인다.
가을이 되면 초록이던 잎이 그 특이한 잎 모양과 노란빛깔의 단풍 때문에 가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이 매우 흡사해서 여간 세심한 눈이 아니면 구별하기가 어렵다.
둘은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이지만 꽃, 잎·줄기가 모두 다르다.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어서 꽃이 위로 모여 피지만, 생강나무는 가지에 꽃이 붙다시피 해서 피어난다.
또 산수유 잎은 길쭉한 타원형이고 생강나무는 공룡발바닥 모양, 오리발바닥 모양처럼 생겼다.
산수유 줄기는 나무 중에 가장 지저분하게 생겼는데 수피들이 갈라져서 떨어져 나간 흔적이 많고, 생강나무는 매끈하고 섹시하다.
봄이 오기도 전에 최대한 초능력을 발휘해서 꽃을 피우고, 잎을 내어야 하는 생강나무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그리고 그 열정 때문에 바람도 웃고 세상도 웃고 나도 웃는다. 김영선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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