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무튀튀 토실토실 속살 먹음직

 어등대로를 쭉 따라 호남대학교 정문을 휙 돌아 나간다. 송산대교 발치에 이르러 양미간과 귀 옆 사이로 황룡강이 파노라마처럼 비켜간다. 잇대어진 영광로를 한참 오르면 삼도교차로가 나오고, 함평군 월야방면으로 넘어가기 전, 삼거교차로에서 좌회전이다. 나주교통, 함평교통, 광주시내버스 97번이 지나는 길이다. 오래전 으슥하고 외진 길이였을 터, 덤프트럭이 자주 보이고 군데군데 요양시설이 들어서있다. 삼거동 고인돌군에 잠시 머물다가 소나무 숲 바람결에 흩어지는 나무 태우는 냄새? 아니 밥 냄새를 맡았다.

 들머리에 아궁이가 장착된 솥단지가 금이 간 담벼락을 등지고 있다. 양은 푼주를 어깨에 얹은 반드러운 항아리는 시골 풍경이다. 보양식당을 지나치니 조그만 지주간판이 보인다. 양 옆으로 민틋이 빠진 툇마루를 사이에 두고 밑동이 잘린 커다란 고목이 받쳐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병풍모양의 서석대 그림이 걸려있다. 볕내가 나는 퇴창문을 드르륵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꾸지뽕을 아십니까? 이 나무는 여성들의 여러 가지 질병에 좋은 약이다. 부인의 붕중혈결을 다스리고 월경을 통하게 하며, 어혈을 풀고 신장결석을 없앤다. 또한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다. 꾸지뽕나무는 자궁암·자궁근종에 특효약이라 할만하다. 위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폐암, 부인암 등 각가지 암에 민간요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

 벽면 창살에 덧댄 꾸지뽕에 대한 장황한 내력 소개를 위아래로 훑고 있는데, 쥔장이 왔다. 모서리가 우둘투둘한 편평한 접시위에 노랗고 거무스름하고 반듯하고 야무지고 둥그스름한 주전부리가 싱싱한 초록 내음을 안고 왔다. 시골식당에서 으레 뭉텅이로 잘린 총각무와 시큼한 김치 한 보시기면 족할 것이란 생각은 빗나갔다. 구미를 당기는 보들보들하고 촉촉한 맛으로 한껏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각 접시의 한 무리가 식탁으로 진열된다. 그악스럽지 않고 각기 다른 모양이어서 나름 정성스럽고 자연스럽다. 사각사각-서걱서걱-시큼시큼-새콤새콤, 소리를 뽐내는 열병식이 끝나자 꾸지뽕한방약오리가 등장했다. 꾸지뽕으로 빚은 약술은 덤으로 왔다. 걸쭉한 꾸지뽕 국물 한 사발을 들이켰다. 뭐 여러 가지로 좋다고 생각하니, 목구멍에서부터 저 아래 내장으로 꿀렁꿀렁 소리가 야단이고, 뜨뜻미지근한 무언가가 잡히는 것 같다. 때깔이 거무튀튀하고 속살이 토실토실하여 먹음직스럽다. 이에 물리기도 전에 입안에서 보슬보슬 떨어져 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포만감으로 묵직해진 아랫배를 쓸어안고 뒷마당으로 나왔다. “강장식품으로 오줌을 잘나가게 하여 부은 것을 가라앉힌다” 는 벽면 문구가 생각나 화장실로 향했다. 나주 노안면이 지척인 하림가를 오기까지는 괜스레 ‘멀구나’ 했다. 하씨 성을 가진 이가 그릇을 빚고, 독을 지어, 집을 장만했겠지. 심성 곱고 손맛이 탁월한 임씨 아짐을 만나, 그래서 하림가라 했을까? 가히 꾸지뽕으로 일가를 이룰만했다.

 ▶ 차림:꾸지뽕한방약오리 5만5000원(3~4人), 오리훈제 3만5000원. 궁중탕 1만2000원, 꾸지뽕한방약닭 5만5000원.

 ▶ 주소 : 광주 광산구 삼도가산안길 42(대산동 162-2)

 ▶ 연락처 : 062-942-5292

글 :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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