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꿈이 실현된 영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1985년생이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이 젊은 감독은 유별나게도 자신의 주인공들을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인물들로 설정한다. ‘위플래쉬’의 주인공인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청년이었고,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인 미아(엠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역시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 또한 자신의 영화 속 인물들처럼 ‘꿈꾸는 자’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감독은 스무 살 무렵 뮤지컬영화와 사랑에 빠졌고, 나도 언젠가는 멋진 뮤지컬영화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꿈을 꾸었으며 이를 위해 매진했다.

 이런 이유로 ‘라라랜드’의 오프닝 시퀀스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소망이 원 없이 펼쳐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LA의 한 고속도로 위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처음 만나게 되는 바로 그 장면이다. 도로위에는 차들로 빼곡하다. 이내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오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집단 군무를 펼치기 시작한다. 이때 카메라는 춤추고 노래하는 댄서들을 6분여 동안 자유자재로 유영하며 쉬지 않고 담아낸다. 감독은 이 오프닝을 통해 관객들을 꿈의 나라에 곧바로 초대하는 것이다.

 도입부에서 확실한 뮤지컬 시퀀스를 선보였던 이 영화는, LA의 밤풍경을 배경으로 세바스찬과 미아가 춤추고 노래하는 마법의 순간을 재차 연출해 내며 뮤지컬 영화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라라랜드’는 춤과 노래가 대세를 이루는 정통 뮤지컬영화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감독은 뮤지컬영화에 대한 애착 말고도 재즈를 들려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인 세바스찬을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열겠다는 인물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 속에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 말고도 재즈음악이 가득 울려 퍼진다.

 여기에다 이 영화는 뮤지컬과 재즈에 대한 사랑만 가득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두 남녀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수용하고 있기도 하고, 두 남녀가 만나서 티격태격 언쟁을 벌인다는 점에서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융합적인 성격이 다분한 이 영화는, 친절한 상업영화들과는 차별화된 형식을 선보인다. 일반적인 상업영화가 관객들을 영화 속에 몰입시키고자 드라마투르기에 신경을 쓴다면, 이 영화는 자유분방함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의 형식을 영화 속에 녹여낸다. 그러니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영화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재즈의 리듬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재즈형식으로서의 영화’를 펼쳐냈던 ‘위플래쉬’의 연장선에서 ‘라라랜드’를 연출하고자 했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빤한 해피엔딩을 탈피한다. 주인공들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모두 이루어지며 끝나는 것이 기존 할리우드의 결말이라면, 이 영화는 꿈과 사랑 중에서 어느 것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냉정하게 대답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라라랜드’는, 할리우드가 속해 있는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지만 정작 할리우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감독의 개성이 물씬 풍기는 영화로 탄생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며 드디어 그 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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