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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감독으로서의 소질을 증명하다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7-09-22 06:05:02
 내로라하는 연기자가 영화연출에 도전장을 내미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알 파치노, 잭 니콜슨, 로버트 드 니로, 숀 펜 그리고 하정우 등은 얼른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와 감독을 모두 잘 해낸 경우고, 알 파치노와 숀 펜은 감독으로서도 쏠쏠한 솜씨를 증명해낸 경우다. 그러나 잭 니콜슨과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하정우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한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소리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 파치노나 숀 펜 정도는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문소리는 일찍이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로 명성을 얻은 이후, 18년여 동안 한국영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연기자다. 그랬던 문소리가 영화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과제로 단편영화 세 편을 연출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묶어진 영화가 ‘여배우는 오늘도’다. 이 세 편의 단편영화는 문소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배우, 며느리, 아내, 엄마 등의 정체성으로 지금 여기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에, 한 편의 영화로 묶어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단편영화의 각각의 제목을 지우고 1막, 2막, 3막이라는 자막을 새겼다.

 ‘여배우는 오늘도’의 미덕은 문소리가 스스로를 객관화시킨 상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배우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문소리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재구성한 것이 아니고, 상상력을 가미하여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을법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말이다. 이 허구의 이야기는 매우 실감난다.

 1막의 이야기는 문소리와 친구들이 북한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뒤풀이를 하고 있는데, 산에서 만났던 제작자 일행이 뒤풀이에 합석한다는 설정이다. 이 술자리에서 사내들의 추태가 연출된다. 중년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고, 문소리더러 외모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한다. 이 연출은, 한국 중년사내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2막은 문소리의 일상을 따라간다. 자신의 딸을 키워주고 있는 친정엄마의 부탁으로 치과의사 옆에서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치매로 병상에 누워있는 시어머니의 병문안을 가서는 곤혹을 치루며,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때 쓰는 딸에게서 “유치원생으로서 힘들고 피곤하니까 쉬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들기도 한다. 그리고 우정출연을 해달라고 조르는 감독과 프로듀서를 거절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다. 그렇게 문소리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쓰러지고 남편으로부터 “힘들면 뭐라도 하나 줄여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니까 2막의 이야기에서 관객들은, 배우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악전고투하는 대한민국 직업여성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3막은 영화 한 편을 연출한 후 오랜 기간 두 번째 영화를 연출하지 못하고 사망한 영화감독의 장례식장이 주요 무대다. 이 공간에 인물을 배치하고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솜씨는 단연 돋보인다. 특히, 영정사진의 주인공을 두고 인간성이 좋았다며 옹호하는 입장과 예술적 재능이 떨어지는 감독이었다고 비판하는 입장의 격렬한 대립을 한 호흡의 롱테이크에 담아낸 대담성은 놀랍다. 그리고 이 길게 찍기에서 장면의 깊이감 까지를 고려한 연출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듯, ‘여배우는 오늘도’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목소리를 드높이거나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미덕이 있는 영화다.

 그렇게 문소리는, 소박하지만 알찬 영화를 세상에 내놓으며, 연기자가 아닌 감독으로서도 소질이 있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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