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고집쟁이…독보적 캐릭터

 영화 ‘슈렉(2001. 7. 1. 미국 드림웍스, 감독 : 비키 잭슨, 앤드류 아담슨)’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동물을 들라면 바로 당나귀이다. 당나귀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의외로 조연으로 많이 나오는 동물이다. 이솝우화에서도 당나귀가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자주 등장한다.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처럼 다소 바보스럽고 엉뚱한 짓들을 하지만, 결코 밉지 않고 너무나 순박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 서민을 대표한다는 민주당의 상징동물도 익살스런 당나귀이다. 반면 부자를 대표하다는 공화당은? 그들이 대변하는 부와 권력의 무게답게 코끼리이다. 슈렉에서 당나귀 동키는 주인공 슈렉을 따라다니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실수를 연발한다. 하지만 슈렉의 위기 상황마다 함께 나서 극복해 나가는 의리 깊은 친구로 나온다.
 
▲ 작품속에선 명랑·우직 이미지

 숲속 늪지대에서 혼자의 삶을 즐기고 사는 착한 오거(북유럽 신화 속 인간을 닮은 괴물)인 슈렉에게 피노키오, 돼지 삼형제, 당나귀 동키같은 동물들이 몰려와 자기 혼자의 만족스런 삶을 방해한다. 그러자 그들을 성에서 추방해서 자기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 욕심 많고 음흉한 주인 파콰드 경을 찾아간다. 슈렉의 힘이 보통이 아니어서 앞으로 자기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한 파콰드는 미인으로 소문난, 용의 성에 갇혀있는 피오나 공주를 구해오면 슈렉의 늪지대를 다시 조용한 곳으로 돌려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슈렉은 동키와 함께 용의 성을 찾아가고 역경 끝에 피오나를 구해내지만, 피오나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자신을 구해줄 영웅이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못생긴 슈렉인 걸 알고 매우 실망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피오나도 밤만 되면 슈렉 못지않게 뚱뚱한 오거로 변하는 저주에 걸려 있음을 동키에게 들키고 만다. 의리있는 동키는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무사히 파콰드의 성으로 피오나를 데려오고, 파콰드와 피오나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자기가 피오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슈렉은 결혼식 중간에 끼어들어 말썽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해가 저물어 피오나가 그만 오거로 변해버린다. 실망한 파콰드는 슈렉과 피오나 둘을 모두 죽이려 한다. 그때 마침 이미 동키의 연인이 된 용이 나타나 파콰드 일당을 슈렉과 함께 무찌르고. 마침내 슈렉과 피오나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진한 키스를 나누게 된다. 피오나는 사랑의 키스를 통해 마침내 저주에서 풀려 아름다운 공주로 남기를 기대했지만 땡! 그 반대로 오거의 모습 그대로 남게 되고 슈렉은 그런 피오나와 결혼하여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것 같지만, 흠! 인생이란 게…. 그 후 이야기로 2, 3 그리고 슈렉 포에버까지 총 4편이 속속 만들어져 지속적인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당나귀의 우직하고 명랑한 이미지는 슈렉에서도 전혀 변치 않고 오히려 강화된다.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엉뚱한 짓을 멈추지 않고, 위기에 처해져도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의리를 지킨다. 그런 엉뚱한 매력에 용이 반하기도 한다. 이솝우화에서도 소금 짐을 짊어진 당나귀가 말이 넘어지자 짐을 덜어주는 걸 보고, 자신도 똑같이 물에 넘어졌는데 짐을 덜지도 못하고 오히려 무게만 두 배로 더 늘였다는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당나귀 타기를 양보하다 결국 당나귀를 서로 매고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등에서 그야말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서민과 친근한 동물이다.
 
▲꺼억 꺼억…시끄럽게 자주 울어

 우리나라에는 체구가 작은 당나귀는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가축으로 길러진 흔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유럽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여러 나라에서는 아직도 당나귀를 탈것과 수송용으로 꽤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사막의 낙타처럼 산과 들을 이동시 함께 타기도 하고 끌고 가기도 하는 장거리 이동수단이었으니 그와 얽힌 이야기도 꽤 많았을 것이다. 당나귀는 한번 수가 뒤틀려서 가기 싫으면 아무리 때리고 을러도 말이나 소처럼 쉽게 굴복하지 않고 고집스레 버틴다.

 또 평상시 가축 중에 2인자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꺼어, 꺼억!”대며 매우 시끄럽게, 그것도 매우 자주 운다. 그러니 영화에서 끝없이 재잘대는 수다쟁이로 표현된 건 당연하다. 가끔 먹을 게 없으면 남의 똥이나 자기 똥까지 집어 먹을 정도로 더러운 짓도 서슴지 않지만 어쩌면 동물들 입장에선 소탈하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말이나 토끼, 너구리도 배고프면 자기 똥 정도는 망설임 없이 집어 먹는다. 유독 당나귀만 그런 다소 경박한 이미지와 결합되어 부각돼 보일 뿐이다. 하지만 슈렉에서도 그렇듯 다소 고집스럽고 늘 요란하긴 하지만 정감 있고 변치 않는 의리가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간의 벗이 돼준 것이다. 얼굴도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물론 새끼 때야 누구나 귀엽지만) 커서도 별반 변하지 않은 익살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에 당나귀가 나오면 ‘아! 이 영화는 재미있는 코미디물에 가까운 영화구나!’하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한 동물의 이미지가 이렇게 선하고 재미있는 선입관으로 미소 짓게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당나귀는 오래도록 변치 않는 즐거움으로 기억될 영화 속 스위티한 조연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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