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병을 들고 히죽 웃고 있는 신라 여인. 통일신라. 경북 경주 황성동 석실 무덤에서 나옴. 높이 16.5cm. 국립경주박물관.
 (지난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위 사진은 신라 여인상을 앞, 옆, 뒤에서 찍은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머리 모양이다. 이 머리는 쪽머리다. 옛날 머리 모양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앙에 가르마를 하고 양옆으로 뒤로 넘겨 뒤통수에 쪽을 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머리에 무언가 쓴 것 같다. 더구나 옆모습을 보면 귀가 보이지 않는다. 또 머리 윗부분이 너무 크고 솟아 있다. 내 생각에는 천으로 짠 두건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야 머리 비율이 맞다. 이제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자. 여인은 원피스 위에 띠를 둘렀는데, 그 자리가 허리춤이 아니다. 가슴 바로 아래쯤에 띠를 둘렀다. 이것으로 보아 당시 신라 여인들은 띠를 위로 올려 잡아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금 한복 치마끈 매는 자리와 같다.

 비록 16.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흙인형이지만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도 말해 주지 않는 1500년 전 신라 여인의 옷과 머리 모양을 아주 자세히 말해 주고 있다. 지금으로 치면 유튜브 동영상 같은 유물이 아닐까 싶다.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와 ‘술병을 든 신라 여인’의 머리 모양. 밀로의 비너스 머리 모양은 뒤통수에 띠로 한번 둘러 묶었다. 그에 견주어 신라 여인은 뒤통수에 남자 상투처럼 단단히 묶었다. 그래서 아래로 쳐지지 않고 조금 꼿꼿하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