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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삶]스웨덴 스칸센 동물원에서
동물원과 놀이터를 오롯이 어린이에게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9-08-26 06:05:01
 세계생태수도, 노벨상의 도시라 불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이지만 난 대부분의 시간을 스칸센 동물원 방문에 활용했다. 국내에 북유럽 동물원 정보가 거의 없어 일단 수도권에 있는 동물원을 무작정 찾아가보자 하고 간 것인데 이곳은 사실 동물원이라기 보단 민속촌에 더 가까웠다.

 고대 8~11C에 활동했던 바이킹의 나무 건물들이 순수목재로 그대로 재현되어 있거나 옛 건물을 멀리서 옮겨와서 재조립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우리의 민속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되고 더 실감이 났다. 방안에는 인형이 아닌 진짜 옛날 복식을 한 아가씨나 아주머니가 직접 베를 짜고 있었고 바깥에는 목동들이 살아있는 양과 소를 몰고 있었다.
 
▲야생보다 가축들이 더 많은 동물원
 
 전시 동물들도 야생동물보다 가축들이 더 많았고 방목지에서 관람객들은 목동과 함께 젖을 짜거나 소를 모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소똥 천지인 풀밭에 벌렁 누워있는 스웨덴 젊은이들을 보면서 ‘이들은 참 순수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극을 대표하고 바이킹들의 주요 사냥감이었던 순록들과 북극권으로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소 크기의 말코손바닥사슴(무스)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북극권에는 이들 말고도 북극곰, 퍼핀, 흰올빼미, 코디악 불곰 등이 살고 있다. 물론 바다에는 크릴, 연어, 청어, 범고래, 벨루거 고래, 일각고래, 물범, 물개, 바다코끼리를 비롯해 훨씬 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다 전시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 동물원의 특징은 이런 갇힌 한경에 적응할 수 있는 몇몇 대표 토종 동물 전시와 함께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 환경조성이었다. 놀이터도 대부분 흙이나 나무를 이용한 자연재료와 동물문양으로 만들었고 특히 여러 쥐 종류를 전시하는 곳이 매우 이채로웠는데 쥐 종류를 전시하는 것도 놀라웠지만(톰과 제리, 미키마우스를 보면 사실 놀랠 일도 아니지만) 이 전시장은 어린이들이 마치 쥐처럼 지하 터널로 들어가 쥐와 마주치게끔 지하터널 형태로 관람로를 만들었다.

 어른들은 거의 드나들기 힘들다. 놀이기구 역시 회전목마나 승마체험, 미니전동차 타기 같은 전혀 위험하지 않으면서 유년시절 추억 쌓기 딱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악다구니 써야하는 그런 ‘비어린이적’이고(물론 나 같은 소심한 어른들도 못 타긴 마찬가지지만) 서스펜스한 놀이기구는 전혀 없었다. 이런 어린이 우선주의의 형태는 북유럽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아이들이 휴대폰에 코 박지 않는다는 것, 가족나들이가 많다는 것, 조용하다는 것, 개별 놀이터들이 굉장히 창의적이고 디자인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도 거의 비슷비슷 했다.
 
▲동물원과 민속촌이 랜드마크
 
 동물원이나 놀이터는 사실 아이들의 것이다. 동물원은 철저하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게 더욱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이 동물원은 시내를 관망하기 가장 좋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만들어져 있었다. 첨탑이 아닌 동물원과 민속촌이 도시의 랜드 마크가 되는 셈이었다. 동물원 곳곳엔 ‘닐스의 모험’에서나 나올 것 같은 얼굴이 하얀 야생 흰뺨기러기가 사방에 커다란 푸른똥을 누며 다니고 있었다. 이 녀석들도 여름내 이 짓을 하고 다니다가 겨울엔 모두 극야를 피해 따듯한 남쪽으로 이동한다. 북유럽 도시 어디서나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걸 제지 하거나 심지어 거리에 경찰들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여긴 자율성을 존중하는 곳이라 통제보단 자율 하에 이 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나라의 모든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게 기본 국정철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인 관용과 자기조절능력이 잘 훈련되어있어 굳이 지시나 통제할 필요 따위가 없다고 한다.

 광장에서 갈매기나 비둘기들에게 자기가 먹다 남은 과자를 하늘 높이 뿌려주면서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물론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닥에는 분명히 비둘기에게 먹이주지 말라는 X사인이 그려져 있었다. 자연 먹이 습득 능력을 잃어버리고 비만 같은 대사성 질병에 쉽게 걸리며 자기들끼리 투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굳이 그런 걸 설명해야 알아들을까? 정말 우리 일행들이긴 하지만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나라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걸 왜 싫어하는지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다. 광장이나 도시에 가면 그 나라 시민들이 어떻게 하는가 주의 깊게 살피고 자연스레 맞추는 것이 기본 매너 아닐까? Manners make man.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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