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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삶]동물계 슈퍼스타 꼬리감기원숭이
영화 ‘알라딘’ 등서 자유분방 이미지 사랑받아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9-09-09 06:05:01
 요즘 세계 동물계의 슈퍼모델하면 단연 갈색꼬리감기원숭이이다. 한때 돌고래, 범고래, 침팬지, 고릴라, 돼지, 쥐, 개가 그 자리를 차지했었고 최근에 라쿤(가디언즈오브더갤럭시)에서 나무늘보(주토피아)까지 이들 자리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여전히 챔피언이다.

참고로 이 종류의 원숭이는 우리나라에 우치동물원과 서울대공원 밖에 없다. 이렇게 희귀한 것은 그동안 사실 별로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최근에 특유의 비폭력적인 성격과 익살스런 표정을 무기로 해서 ‘박물관은 살아있다’ ‘캐러비안 해적’ 그리고 최근 개봉한 ‘알라딘’까지 약방의 감초처럼 안 나오는 곳이 없어 우리도 신기할 정도다.

요즘 핫한 ‘유튜브’에서도 인간(자유분방한 아저씨 같은)과 흡사한 표정으로 인해 조회 수가 엄청나다.

 우리 동물원에는 총 여섯 마리가 있다.

그들은 아버지인 ‘조폭’(이 이름은 인상에서 유래한 것임, 딱 보면 이유를 알게 됨)과 엄마인 조마 사이에서 나온 수컷만 네 자식들로 한 식구들이다.
‘조폭’은 다른 동물원에서 처분동물이라 해서 우연히 한 마리 공짜로 얻어왔는데 워낙 인상이 험상궂어 처음엔 좀 무서웠다. 그렇다고 성격이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인상에 비해 얌전했다.

나중에 무지 무지 순하고 착하고 가정적이라는 걸 차츰 알아가게 되었다. 외모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귀한 교훈을 새삼 깨닫게 해준 녀석이다.

 ‘조마’는 ‘조폭’을 가져온 동물원에서 데려온 아이다. 어느 날 조폭을 가져온 같은 동물원에서 자기네는 수의사가 없다며 비오는 날 우리에게 조마를 데려왔다.

그는 그 동물원을 한 겨울에 탈출하여 무려 한 달 동안 인간 추격대에 쫓기며 동네와 숲을 홍길동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어느 맘씨 좋게 먹이 주는 사람에게 꽂혀 자주 그 집 앞을 서성이다가 잠복 중인 추격대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자유의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던 모양이다.

손가락 끝마디가 모두 동상에 걸려 잘려 나갔고 체중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다행히 잘 회복되어 그냥 우리 동물원에 자리 잡았다. 맡길 때부터 죽던 살리던 우리가 알아서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로 외로워서 그런 건지 조폭과 처음부터 찰떡이었다. 초기엔 떨떠름했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하늘에서 넝쿨째 굴러 떨어진 복덩어리란 걸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조목’ ‘조마’ 가정의 선물들

 조폭하고 조마는 워낙 부부애가 좋아서 매년 한 마리씩 작고 예쁜 새끼를 가졌고 조마는 혼자서 젖 먹이고 하루 종일 업고 다니고 하면서 한 마리 한 마리 실패 없이 정말 잘 키워냈다. 조폭도 육아 기간에는 조마의 모든 투정을 다 받아주며 새끼 키우는 데 알게 모르게 일조를 했다.

새끼들은 반년이면 엄마에게서 독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낳는 족족 수컷이었다. 이것도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다. 악어는 일정 부화 온도 때면 모두가 수컷이나 암컷이 된다. 그런 악어도 아니고 왜 수컷만 낳는 걸까?

 조폭은 성격이 정말 좋다. 타고난 착한 가장이다. 큰 덩치로 식구들을 말 한자리 없이도 통제하고 외부의 적이 얼씬도 못하게 한다. 새끼들의 짓궂은 장난도 거의 다 받아주고 먹이도 빼앗아 먹지 않는다. 보고 있으면 ‘나도 저런 든든한 아빠였으면’하는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특이한 행동은 외부에 자기 힘을 과시할 땐 정면으로 몇 발자국 다가오다 갑자기 고개를 획 틀고 돌아갔다 다시 또 다가오는 동작이다. 결코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는다. 마치 군대의 “뒤로 돌아잇 가!”하는 제식동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놀랄 때는 얼굴이 빨게지고 이마가 뒤로 약간 넘어가면서 눈이 크게 떠진다. 이 동작도 반복이다. 보고 있으면 마치 화난 사람같이 보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조마는 평상시 현모양처처럼 굴지만 새끼만 키워놓으면 언제나 울타리 주변을 서성이며 느슨한 곳을 찾아 탈출을 꿈꾼다. 여기 와서도 몇 번 탈출했다.

그러나 식구주변에서 완전히는 벗어나지 못하고 매번 마취제가 든 바나나를 먹고 잡혀 주었다. 탈출은 그녀에게 충만한 삶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여전사다. 매번 도망치고 잡힐 때마다 미움과 존경을 동시에 받는다.

 새끼 1(꼬일)은 한쪽 머리털이 높이 치켜 올라가 있고 돌멩이를 혼자 가지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의 주위에 늘 몇 개의 기름때 묻은 반질반질한 돌멩이들이 있다. 아마 땅 속에서 끊임없이 캐내는 모양이다.

내성적이지만 멋쟁이에다가 하찮은 물건도 값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소유욕이 강하고 창조적인 이 녀석은 사람으로 치면 발명가나 사업가가 되었을 것이다.

 ‘꼬이’는 머리가 짧고 항상 아빠 곁에서 함께 놀아주며 밧줄타기 명수이기도 하다. 밧줄타기는 원숭이들에게 누구나 가진 능력이지만 녀석처럼 진짜 꼬리까지 이용하여 잘 타지 못한다.

마치 그의 인생은 천상 곡예사로 태어난 것 같다. 새로 사육사가 그네를 매달아나도 가장 먼저 시험해보는 것도 당연 이 녀석이다. 붙임성이 좋고 재주도 남달라서 원숭이로선 최상의 공감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어 아빠는 미리 이 녀석을 후계자로 찍어놓은 것도 같다. 아마도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어울릴 것이다.
 
▲꼬일~꼬사, 한배서 낳지만 전혀 다른…

 ‘꼬삼’은 유난히 머리카락과 손발이 길고 표정이 풍부하다. 얘는 주로 흙과 풀을 가지고 놀며 가끔 그 부수익으로 메뚜기나 지렁이를 잡아먹기도 한다.

‘꼬이’와 더불어 항상 아빠 주위에서 삼인방으로 불린다. 풀은 그에게 먹이이자 장식품이며 훌륭한 손노리개 감이다. 아마 풀밭이 없었다면 녀석은 우울증에 결렸을 지도 모른다. 예술가 기질을 타고났다.



 ‘꼬사’는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체구는 가장 크지만 얼굴에 반점이 좀 많고 햇빛을 많이 못 받아서 그런지 털도 부스스하다. ‘조마’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이 들어오면 방구석으로 숨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행여 들어가면 악다구니를 쓰면서 앞장서서 가장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아마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마마보이 겸 모범생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만 힘과 행동우선주의인 원숭이 사회에서는 조금 열등생으로만 비춰질 가능성이 많다.

 어쩜 그렇게 한배에서 나왔는데도 각기 생김새도 몸집도 성격도, 취미도 한결같이 틀리는지 참으로 인간 같은 원숭이 시회이다. 그들은 가족중심 동물이라, 영화에서처럼 사람과 그리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을 지켜보면 한 다복한 다자녀 가정의 가족사를 엿보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다섯 번째 새끼를 낳아 키우던 조마의 손등에 누가 송곳니로 문 듯 한 큰 상처가 생겼고 결국 새끼를 사육사가 키우게 되는 이 가족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이 생겼다.

과연 자상한 남편인 조폭이 했을까? 이미 과년한 자식 중에 한 녀석일까? 이들 단란한 가정도 이대로 붕괴로 이어지는 것일까? 설마! 제발 해프닝으로 그냥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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