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조금은 창피했다. 피켓을 받는 순간은, 으아, 저걸 어떻게 들고 돌아다니지? 싶었다. 게다가 바람개비랑 깃발이랑 조끼까지…! 오늘로써 100일째 혼자 피켓팅을 하셨다는 이모 친구분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사촌들이랑 이모랑 이모 친구분께서 당당히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여유가 생겼다. 지나다니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볼 용기도 생겼다. 사진찍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실은 좀 얼굴이 팔릴까봐 걱정을 하긴 했다! 그래도뭐! 괜찮아! 5분 정도 걸었을 때 우리를 보시고 인자하게 웃으시며 힘내세요 하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셨다. 우와, 진짜 감동받았다. 용기가 생겼다.

 지나다니면서 사람들을 보면 당당히 눈을 마주할 수 있는. 생각해 보니 난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더 당당해야 했다. 내가 죄인도 아니구.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했다. 그런 우리들을 보고 같이 동참하고 싶었던 분들이 꽤 계셨던 것 같다. 20분째엔 한 아저씨께서 학생들이 좋은 일 한다며 커피한 잔 씩 사주신다고 하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카페사장님이신줄 알았는데 우리한테 커피를 사주시고 유유히 걸어가시는 멋진 행인분이셨다.

 그리고 카페에서 나와 이모 친구분의 친구분을 만났다. 그분은 우리랑 마주쳤을 때 으랏차차 화이팅!이라고 힘차게 큰소리로 응원을 해주셨다. 순간 자녀분과 그분에게서 느껴지는 후광이란! 워후! 세상은 밝았다. 다음 코스는 기억의 나무 앞이었다. 이모 친구분께서는 기억의 나무 표지판에 그려진 리본이 일간베스트 사이트에서 만든 리본이라며 올바른 리본을 알려주셨다. 나도 그 올바른 리본을 달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그냥 일상처럼 돌아다녔는데 거기에 그냥 피켓이라는 게 더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피켓을 들고 다녀야 할 땐 좀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했던 것이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경험으로 그분에게 우리가 힘이 되어서 그분이 전보단 더 나은 기분으로 피켓팅을 하셨으면 좋겠다. 저희가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있을게요! 나중엔 친구들과 용기를 가져서 피켓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채은 <1997년 태어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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