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일, 5·18기념재단의 새 이사장이 선출되었다. 실망스러운 점은 5·18을 대표하는 주요 기관의 장이 선출되는 과정이 지극히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5·18기념재단의 비정상적 행태를 고발한 바 있다. 광주시 감사 결과 재단 운영에 대한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부실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지만, 이를 나몰라라하는 이사장과 상임이사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실망감과 자정능력의 상실을 목격했고, 이는 강력한 외과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주의 극복 못한 허울뿐인 혁신안”

 5·18기념재단은 고소가 이루어진 직후에 시민사회와 재단 혁신을 논의하고, 자구책을 마련한 후 즉각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전임 이사장은 임기를 모두 끝마치고서야 물러났으며, 이후 한 달여간 이사장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 측의 요구사항을 거부하고, 자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한심스러운 작태를 보여주었다.

 5·18기념재단은 이사장과 상임이사 선출방식을 바꾸었다.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서 선출하기로 했으며 상임이사는 공모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성원이 누구인지조차 불투명한 추천위원회는 혁신안의 핵심 내용인 민주성, 즉 견제와 균형, 비판이 정상 기능하는 이사회를 만들어낼 수 없는 구조였다. 결국 당사자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허울뿐인 ‘혁신안’은 5·18기념재단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올해는 역대 그 어느 때보다도 5·18 진상규명에 대한 열의와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5·18의 의의와 상징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며 유관단체의 행적에 관심을 갖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5·18단체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그 어떤 단체보다도 5·18이 가지는 불의에의 항거, 반민주에 대한 저항,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철저하게 구현해야만 한다.

 하지만 5·18기념재단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던 지난 해, 광장의 촛불이 승리를 선언한 지난 해, 그 절호의 기회를 타고서 미리 처치를 했더라면 올해는 당당히 시류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오히려 그들의 참가가 5·18정신을 훼손하는 빌미가 될 소지가 되고 말았다. 재단 스스로 5·18정신에 역행되는 운영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민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5·18재단 원천, 후원회 아닌 국민”

 기존 5·18기념재단이 불법을 저지르며 부패하고 만 원인은 폐쇄적으로 재단을 운영한 점에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정체되고 고립된 체제는 망가지고 타락하고 붕괴하고야 말았다는 점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술했듯이 5·18은 반민주에 대한 저항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5·18을 기념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5·18기념재단은 그 무엇보다도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마치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이 무엇보다도 청백한 것처럼 5·18기념재단 또한 민주주의의 원천에서 끊임없이 새 물을 받고 새 물을 받아내면서 무엇보다도 청백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원천은 국민이다. 5·18기념재단의 원천 또한 후원회가 아니라 국민이 되어야한다.

 그러므로 5·18기념재단을 장악하고 있는 적폐세력들은 5·18묘역에 잠든 영령들과 광주시민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당장 물러서길 바란다.
정영일<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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