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은 조선 중기의 고승이자 승병장으로 불교의 총대주교인 제63대 조사(祖師)이다. 평안도 안주에서 출생했고 속명은 최여신(崔汝信)이다. 9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10세에 아버지마저 여의자 12세 때 안주목사 이사증(李思曾)의 양자가 되었다. 양부를 따라 한양으로 올라가서 성균관에서 3년 동안 학문과 무예를 익혔다. 과거에 낙방하고 지리산을 유람하다가 쌍계사에서 고승인 숭인(崇仁) 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서산대사는 30세의 나이에 연산군 때 폐지되어 명종 때 부활한 첫 번째 선과(禪科)에 수석으로 급제했다. 선종대선(禪宗大選)과 교종대선(敎宗大選)의 양종판사(兩宗判事)로 승진했다. 선교양종과 승과제도를 부활시킨 보우(普愚) 스님의 뒤를 이어 봉은사(奉恩寺) 주지가 되었다. 봉은사는 문정왕후의 지원으로 선종의 수사찰로 지정되어 보우, 서산, 사명, 벽암 등이 주지를 맡아 조선 불교의 명맥을 유지했다.

▲73세때 임진왜란 승병장 활동

 서산대사는 벼슬에 뜻이 없어 선종과 교종의 으뜸 벼슬인 양종판사의 승직(僧職)을 버리고 금강산에 들어갔다. 향로봉에 올라가 ‘만국의 도성은 개미집이요, 일천 집의 호걸은 초파리 같네’라는 향로봉시를 남겼다. 서산대사는 ‘정여립의 모반에 서산대사가 가담했다’는 무업(無業) 스님의 무고로 포도청에 투옥됐다. 서산대사는 선조의 직접 고문을 받았지만 무죄가 입증되어 석방됐다.

 1592년 왜군(倭軍)이 ‘명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 달라’며 조선을 침략하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왜군이 부산을 점령하고 한양을 공격하자 선조는 종묘사직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떠났다. 선조는 서산대사를 찾아 ‘나라가 위급하니 부디 나라와 백성들을 구제해주오’라고 당부했다. 서산대사는 선조에게 ‘모든 승려들은 신이 통솔하여 싸움터에 나가 충성을 다하겠나이다’라고 확약했다.

 서산대사는 73세의 나이로 승병을 지휘 통솔하는 ‘8도 16종 도총섭(八道 十六宗 都摠攝)’에 임명되어 의승병(義僧兵)을 모집했다. 강원도에서 사명(泗溟)이, 호남에서 처영(處英)이 승병에 참가했다. 서산대사는 문도 1,500여 명을 직접 이끌고 평양탈환 작전에 참가하여 커다란 공을 세웠다. 선조와 함께 한양으로 돌아와서 고령의 나이를 이유로 도총섭 직위를 수제자인 사명대사에게 물려주고 묘향산으로 돌아갔다.

 1604년 서산대사는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입적을 앞두고 수제자 사명대사에게 ‘나의 가사와 발우를 해남 두륜산 대흥사에 두라’는 유언을 남기고 부좌를 한 채 열반했다. 대흥사는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으로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라고 서산대사가 칭송한 명당 중의 명당이다.

 사명대사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임금 하사품, 친필서적, 신발, 바리때, 염주, 소리나팔 등의 유물을 대흥사에 보관했다. 대흥사에는 선조가 서산대사를 승군장으로 임명한 ‘8도16종 도총섭’ 교지와 정조가 서산대사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친필로 쓴 ‘표충선사(表忠禪師)’ 칭호와 ‘서산대사화상당명(西山大師畵像堂銘)’ 서첩이 보관 중이다.

▲천년고찰 대흥사에 서산대사 유물

 대흥사는 신라 말기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며 대둔사(大芚寺)라고 불렸다. 13명의 대종사(大宗師)와 13명의 대강사(大講師)를 배출했다. 서산대사, 사명대사, 처영대사의 영정이 봉안된 유교형식의 사당인 표충사(表忠寺)와 초의선사가 다도를 정립한 일지암(一枝庵)이 유서가 깊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로 유배가며 쓴 무량수전 편액과 원교 이광사가 신지도로 유배 와서 쓴 대웅보전 편액에 아픈 사연이 전해진다.

 봄(春)이 오래 머무는 숲이라 하여 ‘장춘(長春)’이라는 숲길을 지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인 유선여관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시절 고시공부를 하였던 대광명전이 있다. 형제의 우애와 연인의 사랑을 상징하는 나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연리지를 만날 수 있다. 뿌리가 만나면 연리근(連理根), 줄기가 겹치면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하나 되면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른다.

 대흥사는 2018년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남은 두륜산 ‘대흥사’뿐 아니라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명량해전의 승전지 ‘울돌목’, 녹색바람이 부는 윤선도의 고택 ‘녹우당’, 남도의 금강산인 달마산의 ‘미황사’ 등 볼거리도 많고 남녘의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와 사람 사는 고향의 인심까지 만날 수 있다.
서일환<상무힐링재활병원 행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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