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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 터무니를 찾아서]서울 구경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7-08-11 06:05:01
▲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골백번도 더 갔고 심지어 살아 보기까지 했던 내 조국의 수도 서울에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일은 내려놓고 2일 동안 서울을 둘러보려 했다. 우선 코스를 잡아야 했다. 옛적 공부할 때 들렸던 곳이지만 이제는 변해버린 풍경과 관광의 트렌드를 꼼꼼히 살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해서 나의 코스는 오전에 광주에서 올라가 서울역 근처서 점심을 먹고 첫 번째는 경복궁, 두 번째는 인사동을 들러 밤이 오면 남산타워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둘째 날은 광장시장과 한강 유람선을 타보고 광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여름은 뜨거웠다. 하지만 더 뜨거워 보인 것은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불어온 한복 입기의 열풍은 서울에서도 정점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것이 있었다. 한복을 입은 주체들이 한국인 보다는 외국인이 훨씬 더 많았다. 수문장 교대식을 배경으로, 근정전을 배후로, 경회루원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누르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이곳이 정궁이고 언제 축조되었고, 이곳 잡상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갖는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직 한번뿐인 방문인데 내 기억에 저장하고픈 그런 작품 사진을 원하는 이들로 가득해 보였다. 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조선의 왕궁을 담아내려는 사진작가인양 하는 이들은 망연자실해 보였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한명 한명이 모두 작가였다.
 
 왕궁 귀퉁이 민속박물관에 아리고
 
 유달리 용의 자취가 많은 경복궁은 아직도 옛적 모습을 복원하는 중이었지만, 1997년 왔던 당시와는 너무나 위용이 달라졌다. 이제 조금씩 옛 영화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궁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이 별도로 함께 하는 것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민속 박물관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왕실의 풍속도 민속의 한 갈래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왕실의 격식과 위엄과 신봉하는 철학이 다르지 않는가 싶어지면 왕궁의 한 귀퉁이에 서 있는 민속의 위상이 가슴 아려 오기도 했다.

 한편 경복궁의 뒤란을 가면서 마침내 끝자락에 가니 청와대가 나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청와대,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자유로움은 권위주의 시대에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한데 이제는 클로즈업해서도 담을 수 있고, 곁을 지키는 제복 입은 경찰이 사진 찍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음이 신기했다.

 경복궁의 궁내를 휘도는 물줄기가 희미해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여기는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웬 오리 한 마리가 다리를 절며 달아나고 있고 한 꼬마가 오리를 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오리는 귀하디귀한 원앙이었다. 그럼 뭘까? 의태행동처럼 보였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위장된 행동이었다. 바로 암컷 원앙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추격자의 시선을 자신에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었던 것이다. 어느새 관리인이 오셨다. 사위가 조용해지자 원앙은 새끼 원앙을 불러 모았다. 여덟 마리 오리의 행진이 시작되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박수가 잇달았다.

 경복궁을 나오며 회랑을 걸었다. 정중동의 공간, 정연한 공간, 정제된 공간으로서 회랑의 미학이 돋보였다. 이곳 보다는 종묘의 회랑이 규모나 내용면에서 더 감동을 주지만 그곳은 망자의 길 같았고 여기는 살아있는 생명의 길임에 틀림없었다. 이렇듯 경복궁을 둘러보고 걷는데 두어 시간을 보냈다.

 다시 길을 잡아 인사동으로 왔다. 주말이라 사람들은 모두 인사동에 모인 듯 했다. 지난 달 제주의 서귀포 올레시장에 갔더니 현지민이 제주 관광객은 동문시장과 올레시장으로 다 모인다고 하더니 서울 관광객은 인사동으로 다 모인 듯 했다. 이곳에서도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즐비했다. 한류의 힘,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스타의 힘이 이렇게 세계인이 한복을 즐겨 입도록 만든 것이다 싶어졌다. 맨 처음 전주에 한복데이를 만들자고 했던 20대 젊은이의 주장은 어른들에 의해 철저하게 묵살되었는데 그 친구는 스스로 일을 저질렀다. 꼰대들의 관성에 동의하지 않고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새로운 아이콘을 던진 것이었다. 전주에는 한복 대여 업체만도 60여 곳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복궁과 창경궁과 인사동, 그리고 경주로 이어지는 한복의 행렬이 전주로부터 시작됨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국가가 나서서 그렇게 한복 입는 날,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 등을 외쳤을 때 한복을 챙긴 이들이 거의 없었지만 한 젊은이의 생기발랄한 제안과 실행이 한반도에 한복 열풍을 일으켰음을 상기해 볼 일이라 여겼다.
 
 인사동-남산타워 짱짱한 행렬
 
 인사동의 쌈지길을 들어갔다. 이곳 또한 사람에 밀려 자동으로 삼층까지 구경하고 쇼핑하고 내려오는 이를테면 에스컬레이터 같은 동선이었다.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취향을 표적으로 하는 상품들이 즐비했다. 몇 가지 상품을 구매하고 아래로 내려와 부채 하나를 사려하는데 누군가 아는 체를 하신다. 광주의 판화가 강행복 화백이시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여쭈니 이곳 나무아트에서 9월 5일까지 전시를 하신다고 한다. 축하의 인사를 드리니 손에 달달한 것을 쥐어 주신다. 초콜릿이다. 그래 이제 당분 없이는 못 버틸 나이가 되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남도인의 정을 다시 생각하고 인사를 드렸다.

 너무 오래 걸었지만 인사동의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대, 방문객이 몰리는 집의 특성들을 보다 웬 엿장수 같은 이가 있는 곳을 보았다. 외국인이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줄둥 말둥 장난을 치는 집이다. 꼬마나 아가씨를 대상으로 한 장난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별것 아닌 성 싶은 것도 관광지에서는 관심의 표적이 된다. 웃음을 머금다 찻집에서 다리쉬임을 하고 어둠을 기다린다.

 이제 남산타워로 갈 참이다. 택시에 올라 케이블카가 있는 곳 까지 주문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참이었다. 벌써 마천루에는 불빛이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노을이 지는 한강과 점등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케이블카에 탑승하려 대기하는 이들이 행렬이 끝이 없었다. 사전에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나는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케이블카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한 시간을 기다렸다. 서울타워의 행렬 또한 경복궁 인사동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뒤떨어지지 않았다. 돈을 내고 하는 고생이지 싶었지만 저 서울의 야경이 날 위로해 주리라 여기며 타워에서 500원을 주고 열심히 망원경을 둘러보았다. 밖에서 보이는 화려함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아 보였다. 기다렸던 세 시간이 아까워 한 시간 동안 타워 내부를 빙빙 돌다가 내려왔다.
 
 청계천서 문뜩 문화전당 친수공간 생각
 
 숙소로 내려오는 길, 다리 힘이 풀렸다. 여행은 그렇다. 다리의 힘이 풀릴 때가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떠나는 것이라고, 그 말이 깊이 파고들어왔다. 다음날은 느긋하게 일정을 시작했다. 광장시장의 점심이 먹고 싶었다. 마약김밥, 마약 빈대떡, 마약순대, 육회, 회 등 마약처럼 맛있는 것으로 정평난 곳이 바로 여기다. 한 장의 시장에는 외국인 반, 한국인 반 그리 섞여 있고 그들 앞에는 맛있는 마약이 즐비하다. 장수 막걸리에 마약빈대떡 하나 먹고 나니 배속이 꽉 찬다. 이제는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배를 꺼칠 겸 걷는 청계천은 서울시민의 새로운 휴식처이자 나들이터로 자리를 꽉 잡았다. 물이 있는 듯해도 친수공간이 적은 광주가 생각났다. 아시아문화전당 지하에서 배출되는 물줄기로 충장로에 해자와 같은 물줄기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일었지만, 광주 생각은 접기로 했다. 모든 것이 엇나가는 듯한 내 주변에서 이뤄지는 광주의 일들은 어지럽고 희망의 머리끄댕이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으니 고통스럽다.

 하여튼 이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한강유람선 선착장으로 나갔다. 여의나루에는 많은 서울시민들이 그늘에서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유람선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유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뱃길 50여분 동안 유람선에 탄 승객의 태반은 한강의 경치에 탐닉하기 보다는 갈매기에게 멸치를 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강화도에서 석모도를 들어갈 때 새우깡을 주는 것이라든가 해운대 백사장에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던 버릇이 여기서는 멸치로 바뀌었다. 이런 여행의 형태가 반환경적이고 갈매기의 주체를 거지나 도둑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관광정책을 수립하는 이나 사업을 주관하는 주체들은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거나 방조하며 머릿수와 수익을 산출하는 것임을 생각했다.

 아직 서울의 성곽과 창경궁과 왕릉, 중앙박물관, 63빌딩, 롯데월드 등을 둘러보고 종합적으로 외국인 관광을 대하는 현장의 패턴과 내국인을 상대하는 패턴에 대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광주로 내려왔다. 내 나라를 다시 보는 여행이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니 이제 우리 지역도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면서.
글·사진=전고필<여행전문가>
한강 유람선. 갈메기에게 말린 멸치를 주는 사람들.
경복궁 해태상.
경복궁 후원.
인사동 쌈지길.
광장시장에서 파는 기념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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