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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댓글 달기가 낙인찍기
도연
기사 게재일 : 2018-01-12 06:05:01
# 1 간염과 같은 것

 “간염과 정확히 감염 경로가 같습니다.”

 어느 교육에서 HIV와 간염의 감염 경로가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HIV 감염은 ‘에이즈(AIDS)’와 연결되며 감염되면 죽을 것 같다 느껴진 반면 간염은 가족이나 지인들 중 감염된 이들이 있을 만큼 가깝고 큰 공포를 느끼지 않게 했던 질병이라 의외였습니다.

 그 무렵, 부산의 HIV 감염인 여성이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언론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성매매에 나섰다는 사실과 과거에도 같은 사실로 적발된 바 있다는 것을 부각하며 보도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미 아시는 것처럼 간염은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간 수치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전염시키지 않고 함께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또한 간염에 걸린다고 해서 죽는 질병은 더더욱 아니지요.

 한 차례 감염 여성에 대한 비난이 휩쓸고 지난 뒤 조금씩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성매매에 나선 여성이 지적 장애인으로 7세 가량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함께 지내는 남자친구에 의해 성매매에 나서게 되었다는 점, 학창시절 지속적인 폭력으로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 또한 어떤 남성으로부터 HIV에 감염되었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 2 실화였다

 2017년 12월 31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3남매가 숨진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술에 취해 귀가한 엄마의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과 이혼한 남편에게 자살을 언급했다는 점 등으로 방화 가능성도 보도되었습니다. 일부러 불을 낸 것처럼 연상되도록 작성된 기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의 진술과 담뱃불로 인한 실화 가능성 그리고 첫 아이를 고등학생 때 출산한 이후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직장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계속 일했던 엄마에 대한 사실들이 알려지며 분위기가 달라진 듯 보입니다. 물론 국과수 등을 통한 사망 원인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초기 보도는 신속성 만큼이나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3 비난은 철저히 합리적이야 한다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의심은 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는 가난한 사람을 의심하고, 약한 사람들을 의심합니다.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의심받지 않았습니다.…의심받는 사람은 늘 빈민이고, 여성이고, 탈북자이고,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입니다. 의심은 늘 정권의 반대편에 선 사람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은 철저히 합리적이어야만 하고, 정보 관리는 반드시 통제되어야 합니다. 비합리적인 의심과 통제되지 않는 정보는 권력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칼이 됩니다. 의심은 합리적이고 평등해야 합니다. 정보를 관리하는 행정부는 국민에게 통제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결코 물러날 수 없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 (출처 : 비마이너(www.beminor.com), “국가의 의심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비마이너가 주목한 필리버스터 ‘말말말’
 
 ‘누구에게 비난이 향하지?’, 앞선 두 사건을 생각하다 문득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발언 중 위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녀라 선정적인 낙인을 찍고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며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을 비슷하게 담아 파생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 보도들과 댓글로 표현된 수많은 비난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명시된 진술조력조차 제대로 지원 받지 못한 채 언론에 흘러나간 몇 마디 말로 낙인 찍힌 지적 장애 여성.

 출산을 이유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지만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분류되어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도 되지 못한 여성.

 위에 인용한 진선미 의원의 필리버스터 발언 중 ‘의심’이란 단어를 ‘비난’으로 고쳐 읽어도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2018년에는 공포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댓글이 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댓글 이전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으로 소설 같은 기사가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새 해, 의심과 비난이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방향만은 위쪽으로 먼저 향하길 바랍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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