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라온 장애인 조롱

 20여 년 전 ‘가요톱텐’이라는 TV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때 1위를 차지하던 가수 신승훈의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라는 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 여린 감성으로 즐겨 부르던 시절이 기억이 난다. 유난히 몸집이 큰 모니터 앞에서 PC통신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 밤늦게까지 파란 모니터 속의 신비로운 세상과 소통하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지 못하던 그 순간도 학창시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또한 진솔하고 감성적인 글 솜씨를 발휘하여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들에 인터넷 사연과 신청곡을 올려 여러 번 전국방송을 탔었던 추억들이 있다. 그때 필자는 나날이 발달해 가는 정보통신기술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정보통신기술은 전 세계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해 왔다.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 인터넷 방송도 할 수 있고,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휴대폰 카메라로 바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과 관심을 받는 일은 이제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 더 나아가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느낌들, 불쑥 떠오르는 영감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그때그때 몇 번의 손가락 터치만으로 기록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게 편리하고 빠르게 무한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혜택을 우리는 떳떳하게 누릴 자격이 과연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SNS를 자주 하진 않지만 요즈음엔 이따금씩 페이스북에 로그인해 들어가 가까운 지인들이 올려놓은 게시물들을 짧은 시간 훑어보곤 한다. 어느 날인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가볍게 훑어보다,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누군가의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잔잔했던 내 가슴 속에 불쾌한 기운이 몰아치는 가운데 글의 내용이 더욱 궁금하여 ‘더 보기’를 클릭해 보았다. 그 사람의 글을 자세하게 읽어보니, 그가 가르치는 학생(장애를 갖고 있는)이 학교에서 스스로 신변처리를 하지 못하여 그 뒤처리를 본인이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분노와 힘든 심정들을 고스란히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것이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들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교직생활을 하면서 몸소 느끼는 여러 가지 고충들을 글로 표현하고, 글을 쓰는 작업에서 마음의 정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도 분명한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때에는 좀 더 신중하고 조심히 글을 써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이라고 하여 그 아이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 마치 조롱하듯이 그 아이의 행동이나 신체를 묘사하는 등의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아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조차도 그 글을 보고 나서 너무나 낯 뜨겁고, 불쾌하고, 모욕감마저 느꼈다. 아무리 학생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의 교육자로서 하지 않아야할 말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그 글을 읽어본다면, 자신이 얼마나 창피하고,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모멸감을 심하게 느끼겠는지 나 역시도 그 감정들이 아리게 전해져온다. 내가 그 아이의 입장이라면, 나의 담임선생님이 나에 대해 그렇게 써 놓은 것에 굉장히 비참하고 슬퍼서 그 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게도, 그 글을 쓴 사람에게 글을 내려달라고 선뜻 이야기하진 못했다. 개인의 표현하는 자유를 내가 지나치게 침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내 감수성이 너무 예민한 건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언젠가 그 사람을 사석에서 만나면 그 글이 제3자 입장에서 읽어봐도 상당히 불쾌하고 마음이 아프더라고, 학생에 대해서 글을 쓸 때 조금 더 조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그 글 속의 아이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한 아이가 스스로 신변처리를 잘 하진 못하여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해 나간다면 그것으로써 학생의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도 고유한 존엄성을 지닌 귀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이버 상에서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타인에게 날카로운 칼 없이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다양한 SNS를 통하여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감정을 공개적으로 나누고자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인간의 가치도 함께 고려해 보는 자세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혜윰



‘혜윰’님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잘 살길 소망하는 장애인권 활동가입니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생기발랄한 사람입니다. 혜윰은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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