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낭만닥터 김사부’.

 # 1- 인상 깊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까지 다 끝난 뒤에 뒤늦게 보게 된 낭만 닥터 김사부. 며칠 홀딱 빠져 보냈습니다. 솔직히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였고 병원에서의 저로써는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긴박하게 느껴지는 구성과 가슴에 확~ 꽂히는 대사들로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지면은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들 그리고 제 느낌을 담아 나눌까 합니다.

 

 # 2 - ~척 하지 마. 이 자식아!

 김사부 : 왜 꼽냐? 그럼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척하지마 이 자식아. 잘난 척, 아는 척, 정의로운 의사인 척, 의사로써 당연한 거 해놓고 뭐 대단한 거 해낸 척!

 강동주 : 저 그런 척 한적 없습니다.

 김사부 : 야, 니가 윤소정 끌어들인거 그거 위급한 환자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었잖아. 처음 보는 화상환자 앞에서 허둥대는 꼴 들키기 싫어서 스탭들 앞에서 또 쪽팔리기 싫어서…. 뭘 그래놓고 이제와서 윤소정 감싸는 척, 환자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척!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주절대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

 ………

 

 카지노 주방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화상을 입은 환자들이 응급실로 실려 옵니다. 한 명 뿐인 응급 전문의는 징계로 진료할 수 없는 상황. 실려 오는 환자들 앞에 화상 치료 경험이 없는 외과 의사는 응급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진료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욕을 먹습니다. 이 장면을 볼 때 저 역시나 울컥했고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그럴 듯한 이유로, 아니 실제로 그렇게 믿으며 내보이고 싶지 않은 제 치부를 가려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지만 그것이 얄밉게 눈앞에서 막말을 퍼붓는 상대 때문인지 아니면 숨기고 싶었던 걸 들켜버린 스스로가 창피했기 때문인지 솔직히 물어보며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

 

 # 3- 니 욕심이 아픈 거야.

 강동주 : 세상이 그렇지 않습니까. 이 세상이 그런 걸 성공이라고 불러주니까. 주류에 들지 못하면 난 쥐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요.

 김사부 : 그래가지고 자존심도 버리고 양심도 버리겠다? 염치고 나발이고 나 몰라라 그렇게?

 강동주 :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살면서 자존심은 지켜집니까? 쥐뿔 힘도 없는 주제에 양심은 제대로 지킬 수 있습니까? 가지지 못해서 억울하게 당하는 게 얼마나 치욕적이고 아픈지는 아십니까?

 김사부 : 하기사,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게 주저리 주저리 자기 합리화를 잘 해내지. 나 어쩔 수 없었다. 나 이럴 수밖에 없었다. 야, 강동주~ 내가 볼 때 넌 양심이 아픈 게 아니라 니 욕심이 아픈 거야.

 강동주 : 제 속에 들어갔다 오기라도 하셨습니까? 예?!

 김사부 : 너 같은 자뻑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경험하는 딜레마를 내가 좀 알기는 하지. 그런데 의사는, 적어도 한 생명을 집도하는 서전(Surgeon)이라면 그 생명과 맞먹는 책임감도 어깨에 같이 짊어지고 가는 거야. 그거 하나는 명심해라.

 …………

 

 강동주의 대사가 확 꽂힌 장면입니다. 존재감도 힘도 없으면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은 지킬 수 있느냐는 말이 아프게 파고들었습니다. 그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니까…. 그래서 성공해야 하고 힘을 가져야 한다고 절감하지만, 피라미드처럼 그 힘 역시나 상대적인 것이라 작은 힘을 가져도 더 큰 힘 앞에 무력해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힘’이 아닌 ‘소명’을 짚어낸 김사부의 답은 그래서 적절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 4- 드라마에서 빠져 나오며

 전설 같은 존재인 ‘김사부’는 현실에서 흔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구차하다 이따금 자신만의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번쩍 빛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이 현실이겠지요. 성별, 학벌, 장애 유무, 나이, 성적 지향 등 갖가지 이유로 훼손당하는 양심과 자존심에 저마다 저항하며 순간이나마 빛나는 그 저항의 눈빛들…. 훼손당할 수 없는 양심과 자존심, 그것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그것을 훼손당하지 않기 위한 번쩍임은 끊임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거기서는 생명 존중이나 인간의 존엄 같은 건 없어. 그냥 하루하루 죽지 않고 버티는 거, 그것만 생각해.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데…. 그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거 믿겨져?

 번외편, 수술 도중 김혜수 씨 대사중 하나입니다. 00노예로 명명되며 언론에 등장하는 이들, 컵라면 하나 가방에 넣고 일하다 사망한 누군가, 이유도 모른 채 화장실에서 살해당하는 또 다른 누군가와 죄송합니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세상을 등지는 누군가들이 존재하는 이곳이 ‘거기’는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루하루 죽지 않고 버티는 것만 생각하는 ‘거기’. 드라마에서 빠져 나오며 최소한 ~척 하며 살지 않고 욕심이 아프게 살지는 말자고 다짐해 봅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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